<심심한, 분재>




코사이어티 서울숲에서 2023년12월 오이타 전시 소식입니다.

이번 전시는 책 '분재하는 마음'의 공동저자이자 저의 오랜 선생님(강경자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세월의 힘을 느기는 분재와 의미를 전하는 분재, 

세대는 다르지만 같은 마음으로 이어감을 전하는 동행의 전시입니다.



멋진 부재라하면 그루터기가 굵고 고태미가 나며 짜임새 있는 모양이라 하지만

자꾸 제 시선은 엉뚱한 곳으로 향합니다.

얇아도 선의 흐름이 보이는 나무, 잘생긴 가지는 없지만 여백이 많아 생각을 깨우는 나무,

어린 나무와 풀로 마음을 담는 경치...

심금을 울리는 대가들의 분재와는 사뭇 다른듯 합니다.

제가 마음을 두는 분재는 어리고 생경하지만 분명 다른 힘이 있습니다.

수십년 분재 생활을 묵묵히 이어오신 선생님과 어느새 연륜을 나누며 함께 걷는 길,

<동행>의 전시입니다.



Cociety | Oita | 강경자 



사랑으로 키워온 작은 나무와 풀들을 여러분들께 소개한다고 생각하니 제가 나무가 된 것 마냥 부끄럽기도 설레기도 조금 두렵기도 합니다. 

만드는 이의 이상형을 담아 가꾸는 것이 분재라고 했습니다. 

수년 전까지는 어떻게 하면 분재를 보다 특별하게 만들어 보일 수 있는지에 마음을 쏟았습니다만 근래에는 지극히 평범한 분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집중했습니다.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편안함을 전하는 소박한 분재, 충만한 사랑이 깃든 분재가 받은 사랑을 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분재의 독특한 수형 풍취로부터 감흥이나 깨달음을 얻기 보다 평범함 속에서 순진한 마음을 발견하고 때로는 잡초 한 뿌리에 삶의 의지를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분재 고유의 멋을 추구할 뿐만 아니라 뿌리 한 촉부터 작고 여린 잎사귀까지 내면의 말에 귀 기울여 다듬고 가꾸었기에 부디 천천한 호흡으로 나무와 풀과 마주하면서 감각을 찾아 나가시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분재를 만나 몇 번이고 새로 태어난 것만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말없는 하루를 보낸다는 외로움에서 혼자 있을 수 있는 자유에 대한 감사함으로 나아가 말없이도 소란한 나무와의 하루가 나날의 삶을 충족시켰습니다. 

오시는 한 분 한 분이 소리 없이 손을 뻗는 분재와 눈 맞추고 한동안 그 여운만으로도 충분한 하루를 보내시기를 … 

마음을 울리는 것이 화분 위 작은 모래알, 떨어진 잎, 잘린 가지 자국일지라도 우리 내면에서 생명을 되찾는 작은 분재 조각일 것입니다.



최문정


생활 속의 식물, 편안한 가드닝



오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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